문화예술 아카이브

영월에서 만난 국립청년극단— 연극<헤파이스토스 로미오와 줄리엣> 관람 후기

2026년 08월 19일
문화예술부1
문화예술활성화
21

아이들과 함께한 영월문화예술회관 나들이

영월 아카이버 활동을 하며 이번엔 문화 현장을 다녀왔다.

지난 금·토 이틀간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국립청년극단의 연극 <헤파이스토스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다.

우리 가족은 금요일 저녁 730분 회차를 아이들과 함께 관람했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2층 객석까지 완전히 꽉 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영월군민들이 자리를 채워주셨다. 지역에서 이런 대형 극단의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극장을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부터 설렘이 가득했다.

국립청년극단, 그리고 강원 순회공연

이번 공연을 준비한 곳은 국립청년극단이다.

올해 초 연극 <미녀와 야수>로 전국 6개 지역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극단이다.

그런 실력파 청년 극단이 만드는 무대를 영월에서 볼 수 있다니, 이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일이었다.

이번 강원 순회공연은 원주(626~28)를 시작으로 영월(710~11), 춘천(724~26), 정선(731~81)까지 이어진다.

원주 공연이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그 다음 여정지로 영월을 찾아준 셈이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관람료였다. 원래 티켓 가격은 전석 1만 원이지만,

강원도민에게는 50% 할인이 적용되어 좌석 상관없이 1인당 5,000원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처럼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는 집에는 이런 지원이 정말 큰 힘이 된다.

5,000원짜리 티켓 한 장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건

사실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혜택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헤파이스토스?

공연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살짝 갸우뚱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익숙한 이름인데 '헤파이스토스'라니. 알고 보니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장장이의 신이자, 사랑으로부터 버림받은 인물이다.

이번 작품은 국립청년극단의 '셰익스피어 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비극적 사랑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과 사랑에 상처받은 신 헤파이스토스의 이야기를 '사랑''의심'이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엮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익숙한 고전을 낯설게 비틀어 잔혹동화 형식으로 풀어낸다는 설명에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간

막이 오르자 눈길을 사로잡은 건 무대였다. 바닥부터 벽면까지 이어지는 격자 무늬 배경과

이동식 대리석 구조물이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꿨다.

배우들이 직접 무대 장치를 옮기며 장면을 완성해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리듬처럼 극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낯설고 감각적인 오브제, 그리고 강렬한 음악까지. 무엇보다 청년 극단원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앙상블이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소극장 규모라고 얕볼 수 없는 완성도였다.

아이들 반응은?

솔직히 우리 아이들은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 이야기를 잘 모르고 공연을 봤다.

그래서 오히려 편견 없이 극을 즐긴 것 같다. 이야기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으니 더 몰입해서 봤다. 4 둘째 아이는 극이 끝나고 "재미있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따라가며 인물들의 감정선까지 이해한 눈치였다.

반면 초2 막내에게는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잔혹동화 형식이다 보니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도 있었다. 그래도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 덕분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관람했다.

부모 입장에서 봤을 때는, 초등 저학년보다는 초등 고학년 이상에게 더 잘 어울리는 공연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어렵게 느껴진 부분마저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취재 후기 — 영월에서 이런 공연을 만날 수 있다니

공연이 끝난 뒤 극장을 나서며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이렇게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문화적 경험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다.

5,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

그리고 서울에서나 볼 법한 국립청년극단의 수준 높은 공연을 영월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이번 관람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헤파이스토스의 조화. 예상하지 못했던 신선한 조합이었고, 청년 단원들의 뜨거운 무대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이런 좋은 공연이 자주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원도민에게 주어지는 이런 문화 혜택,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아직 춘천(724~26)과 정선(731~81) 공연이 남아 있으니,

가까이 계신 분들은 꼭 한 번 관람해보시길 추천드린다.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