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백향씨어터(강릉) '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
작품줄거리
어느 날 문득 무명의 만화가 집에 도서판매 영업사원 양상호가 방문한다. 그러나 굳게 닫힌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양상호는 화장실 사용을 구실로 만화가 김종태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급기야 닫힌 문을 여는 귀재답게 백구십오만의 백과사전 판매하게 된다. 집요하게 설득하는 영업사원의 언변에 만화가 김종태는 급기야 계약서에 서명하고 만다. 가족이 없이 혼자 사는 김종태는 가정식 백반을 먹어 본 적이 없다며 영업사원에게 점심을 대접을 제안하고 둘은 마주 앉게 된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영업사원 양상호는 만화가 김종태가 초면이 아닌 이전에 서로 만났던 적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극의 분위기는 반전되는데….
연출의 글
세계적 대역병 코로나로 몸살을 앓은 지 세 번째 맞이하는 봄이다. 이제는 극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화사하게 미소짓는 관객들의 모습을 마주 대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법” 단 한 번도 그 흔한 가정식 백반을 먹어본 적 없는 김종태… 지독히도 고독하고 외로운 우리 사회의 이면에 그늘진 우리 이웃의 얼굴 보고 있는 듯하다. 어쩜 변화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철저하게 자기 세계에 갇혀 발버둥 치는 소외된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반면 양상호는 변화되는 세상에 교활하리만큼 타협하고 적응해가는 김종태와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이처럼 말에 관련된 속담이 무수히 많다. 이 연극도 극 중 양상호가 무심히 던질 말 한마디에 김종태의 인생은 점철되고 또한 극한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약속, 흔한 약속… 약속한 사람은 그 약속을 까맣게 잊고 또 한 사람은 그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진 약속. 기억에서도 잊힐 싸구려 동정심을 희망이라는 달콤한 기억으로 움켜쥐고 있는 김종태…
한 사람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어느 누군가에게 독이 되고 칼이 될 수 있다. 대본을 수백 번 되뇌이다 문득 생각이 든다. 세상 어느 누구도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마주한 식탁에서처럼 봄날같이 따뜻하고 화사한 세상을 꿈꾸어본다.
모두 행복하세요.